테니스 선수인 윌리엄스 자매와 그의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실화를 영화화 한 <킹 리차드>입니다. 저같이 테니스에 대해 문외한인 분들도 윌리엄스 자매는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겁니다. 여제 혹은 흑진주라 불리며 세계 테니스계를 제패했던 슈퍼스타입니다. TV에서 봤던 그녀의 야수 같던 괴성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인물을 할리우드 시장에서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습니다. 윌 스미스라는 최고의 배우와 영화의 메시지를 잘 해석할 흑인 감독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에게 메가폰을 쥐어주고 제작화 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족 스포츠 드라마
모두에게 그렇듯 이 작품에 대한 기대 포인트는 아카데미 6개 부분 노미네이트작이라는 것일 겁니다.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 주류 섹션에 노미네이트가 되었고 남우주연상은 노려볼만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론 경쟁상대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족은 여기까지 하고 이 작품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인상을 말하자면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철학과 깊이는 사실 특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가장 중요하고 원초적인 요소, 재미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입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가족 스포츠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킹 리차드>는 스포츠 드라마가 가야 할 혹은 가 왔었던 길을 충실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지점이 누군가에겐 너무 전형적이고 상투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킹 리차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대중성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대하고 원했던 맛이 느껴지는 영화
누군가는 음식을 주문할 때 새로운 맛, 예상치 못했던 맛에 기쁨을 느낍니다. 반면 누군가는 음식을 주문할 때 내가 기대하고 원했던 맛을 받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짬뽕 국물이 먹고 싶어서 짬뽕을 시켰으면 짬뽕 맛이 나야 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스포츠 드라마에서 우리가 원하는 캐릭터의 매력, 성장성, 스포츠 자체의 재미를 잘 살려내고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게 균형감 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재능을 가진 선수, 정신적 지주이자 스승, 스포츠 경기가 144분의 시간을 물 흐르듯 채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전형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지점이 이 작품에 대한 두 번째 매력입니다. 모든 영화는 갈등을 동반합니다. 예술영화, 독립영화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중 상업 스포츠 영화에서 갈등을 형성하는 방법은 명확하고 눈에 보이는 외적인 사건을 끌고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언더독인 주인공이 최고의 강팀을 이겨야 한다거나(영화 국가대표), 패배를 해야 하는 승부 조작을 강요받는다던가(영화 롱기스트 야드), 아니면 부상을 숨기고 경기를 해야 하는 그러한 상황들입니다.(영화 신데렐라 맨) 반면 <킹 리차드>의 핵심 갈등은 인물의 내면에서 발생합니다. 선택의 순간에 주인공을 막아내는 건 다름 아닌 주인공 내면의 신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타인의 신념이나 그간 해왔던 관습들과 부딪히며 갈등을 키워갑니다. 재밌는 건 이 신념 또한 마냥 뻔하지 않다는 겁니다. 신념의 중심엔 당연히 흑인 영화들에서 많이 나온 레이시즘과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바라보는 레이시즘은 그간에 봐왔던 레이시즘과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한편으론 자아 성찰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막연한 두려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극장을 찾아가 극을 따라간다면 더우 풍성한 재미를 선사할 거라 생각됩니다.
실화 특성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부분의 보완
물론 이 작품에도 약간이 아쉬움은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감동과 오그라듦을 왔다 갔다 합니다. 전형성을 싫어하는 분들에겐 당연히 후자일 겁니다. 그리고 스포츠 드라마 특유의 활력과 박력은 부족한 편입니다. 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길과도 다르고 윌리엄스 자매가 가진 탁월한 재능이 언더독 효과를 만든다든지 큰 성장을 보여준다든지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리차드 윌리엄스라는 인물을 통해 위와 같은 지점을 보완하고 있기에 단점이라기보단 아쉬움이란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영화 <킹 리차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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