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박동훈 감독, 대한민국 대배우 최민식과 충무로의 새싹 김동휘, 조윤서 배우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사고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탈북한 수학 천재와 상위 1%의 영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작품입니다. 작고 소소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영화시장에서 드라마 장르의 한계
크게 본다면 이 작품은 이 영화를 선택하는 분들이 원하는 지점을 잘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보는 시선을 작품 내적으로, 혹은 작게 본다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개인적으로는 조금의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드라마라는 장르는 현재 한국영화시장에서 조금씩 주류로부터 밀려가고 있습니다. 부동의 1위인 액션이 히어로를 만나 더욱 확고해진 지점도 있고 애니메이션의 강세도 있겠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서 현재는 드라마만의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순수 드라마는 여전히 인기가 없습니다. 드라마라는 장르의 특징이 결국에는 인물의 변화 혹은 성장을 통해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것인데 이 지점이 이제는 타 장르에서도 많이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1시간 혹은 1시간 30분이던 영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을 넘어 3시간에 육박한 지금 사건과 장르성만 보여주던 장르영화의 시대는 갔습니다. 30분을 추가해 캐릭터의 설정을 다졌고 30분을 더 추가해 메시지와 인물의 성장까지 이르며 하나의 종합 선물세트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반면 드라마는 저들이 자신의 장점을 이식할 때 오히려 기존의 방법을 고수한 채 썩은 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초반부에는 코미디 요소를 가져와 드라마에 활력을 싣고 후반부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강제로 끌어와 감동과 눈물을 뽑아내는 필승의 방식, 하지만 오랫동안 반복되던 이 원 패턴을 이제 우리는 신파극이라 부르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제 드라마는 크기를 키우는 것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 섬세해지고 깊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재는 특별하지만 너무나도 뻔한 전개
이러한 면에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조금은 무디고 조금은 옅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어떠한 사연이 있든 너무나도 착한 사람들입니다. 너무나도 착하기에 그들이 하는 선택이 너무나도 뻔합니다. 어떠한 상황, 어떠한 갈등이 있더라도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한정적입니다. 착한 천성에서 나오는 선한 선택들입니다. 모든 지점이 예상의 범주 속에 있습니다. 뻔한 전개가 강요됩니다. 연민과 공감의 여지는 있지만 착함으로 단편화되지 않은 '기생충'의 기택 가족, '아가씨'의 히데코와는 조금은 다릅니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가진 소재의 특별함 덕에 전개가 뻔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완화가 된다고 생각은 됩니다. 후반부에 감정을 강요하지 않았기에 뻔함이 거북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소재가 괜찮았기에 이런 평면적인 이야기를 만든 것이 더욱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인물들이 굉장히 복잡할 수 있었던 캐릭터였기에 아쉬움이 배가 됐습니다. 학생들은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탈북민들은 생존권과 이념 사이에 갈등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들은 이미 완성된 사람들입니다. 시작과 끝을 봤을 때, 인물의 변화 폭이 너무나도 좁습니다. 이 변화의 폭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깊이인데 말입니다. 이 점이 이 작품이 평이할 순 있지만 특별할 순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 아쉬움은 이야기의 섬세함보다는 크기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쉽게 말하면 수학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이야기입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수학 그 자체의 학문을 교육하고 그 둘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이 이 작품의 핵심 갈등입니다. 그리고 그 갈등을 표면화하는 명확한 사건이 하나 등장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문제는 이 하나의 사건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풀어가기보다는 이 사건을 필두로 다른 사건이 터지고 다른 전사가 나오고 다른 상황이 나오며 이야기의 크기를 키우려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자신의 정체를 숨기던 국정원 요원이 나오고 인물을 압박하는 보위부도 나오고 세기의 난제와 관련된 사건도 나옵니다. 문제는 사건이 커질수록 메워야 할 논리적인 허점과 감정적인 범위도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결국엔 이 작품은 마지막 한 장면으로 이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 많은 사건들을 하나로 뭉쳐 인물 대사로 연설을 시키는 가장 쉽고 가장 고민 없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가치관과 대사와는 정반대의 선택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증명하라'라고 말하지만 과정은 누락되고 결과만을 내세우며 증명하지 못하고 감정적 호소를 내뱉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달하는 가치 있는 메시지
이와 같은 여러 아쉬움에도 이 작품은 평작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소재였기에 볼멘소리가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자극성이 가득 차던 요 근래의 극장가에 이런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는 반가웠습니다. 몇몇 배우의 연기는 아쉬웠지만 캐릭터 사이에 나오는 합이 좋아 흐뭇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끝으로 많은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경쟁에 노출이 되고 결과를 위해 단련을 합니다. 그 과정에 10대의 나이임에도 누군가는 승리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배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이 영화의 메시지만큼은 곱씹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하고 있는 이 도덕적인 쟁점이 언젠간 옅어지고 사라지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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