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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 문희, 최고의 배우와 감독의 능력

오! 문희

영화 <오! 문희>에 대한 저의 기대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 최고의 중견배우 중 한 분인 나문희 선생님께서 주연이라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지속적인 흥행실패로 독립영화 지원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CGV아트하우스의 마지막 지원작이라는 것입니다. 외적인 요소만 봤을 땐 크게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배우도 훌륭하고 아트하우스가 그간의 지원한 작품들도 괜찮았고 시나리오 또한 롯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글입니다. 모든 것이 기본 이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영화라는 예술은 하나하나의 요소만으론 판별할 수가 없습니다. 요소들이 어떻게 조합을 하고 어떠한 시너지를 내고 그것을 어떻게 조율을 하는가, 이 모든 건 영화 스태프들의 손에, 그리고 그들을 통제하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감독의 능력에 마지막으로 활자로만 존재하는 시나리오에 생명을 부여하는 배우들에게 달려있습니다.

 

놀 줄 모르는 모범생

영화의 첫인상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설정 단계를 굉장히 단단하게 가져갔습니다. 차량 폐차 씬과 술집 신을 통해 화통하지만 한 편으론 호색한 두원의 모습을, 문희의 자살 시도 신을 통해 문희의 괴팍함과 두원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소개합니다. 그 이후 영화를 움직이는 최초의 사건인 보미의 뺑소니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이 모자의 관계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드러나게 됩니다. 사실 아들인 두원은 문희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문희가 자신의 아내를 쫓아냈다고 생각하고 이번 사건 또한 문희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희 또한 어떠한 이유로 두원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의 후반부에 드러나게 됩니다. 영화의 세팅은 괜찮아 보입니다. 두원과 문희는 힘을 합쳐 뺑소니범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엇갈려있던 모자간의 관계를 개선하며 성장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리듬감도 있어 보이고 캐릭터의 성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담고 있는 촬영, 조명, 미술도 전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영화를 구성하는 스킬이 좋아 보였습니다. 다만 저에겐 가장 중요한 하나가 없었습니다. 그건 바로 재미입니다. 신선한 재료와 최고의 조미료가 있어도 음식이 맛이 없다면 그 의미는 퇴색됩니다. 설정이니 성장성이니 결핍이니 있을 건 다 있는데 정작 재미가 없습니다. 감독이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와 관객이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달라 보였습니다. 웃기려고 노력하는데 말만 하면 갑분싸가 되는 그런 친구, 우리 주위엔 꼭 한 명은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크게 보면 재능과 같은 선천적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방면으로 생각하면 시나리오의 피드백이 덜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관객들에겐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코미디 영화인데도 코미디가 약하다는 그 사실입니다.

 

방향성의 문제

현대의 많은 영화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시작부터 큰 볼거리나 그 영화의 장르성을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직전의 <테넷> 또한 그렇습니다. 반면 <오! 문희>는 처음부터 달리는 영화는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설정 단계를 단단히 구축하려는 영화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선택이지 단점은 아닙니다. 실제로도 막 느리고 처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움직이는 사건, 즉 보미의 뺑소니가 발생했음에도 속도를 내지 않은 건 이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이라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오! 문희>는 두 가지의 핵심 플롯을 들고 있습니다. 뺑소니범을 찾는다는 외적인 플롯과 두원과 문희의 어그러진 관계를 개선하는 내적인 플롯입니다. 이야기가 속도를 내려면 외적인 플롯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관객들이 원하는 건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뺑소니범을 찾고 위기가 오고 그걸 극복하며 납득할 만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엔터테인먼트고 재미입니다. 내적인 문제는 외적인 사건이 마무리됨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사건이 터졌음에도 내적인 존재가 너무 전면으로 드러납니다. 자기의 딸이 뺑소니 나서 사경을 헤매는데도 엄마의 잘못이니, 과거에 엄마가 어땠니, 집 나가라느니, 자기가 육손이었는데 뭐 어떻게 했니 등 실질적인 이야기가 영화의 사건이 진행이 안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재미있어야 할 중반부는 몰입도가 떨어지고 후반의 해결은 급박하면서도 급조된 느낌이 강합니다. 반전 또한 치밀하지 못합니다. 감독의 최우선 프레임이 재미가 아닌 감동에 있어 보입니다.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어떻게든 감동을 주겠다. 울음을 터뜨리겠다는 야심입니다. 거의 10분에 한 번씩은 잔잔한 음악이 깔리며 두원의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치매, 엄마 그리고 오해 필살기들만 모아둔 상태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관객들 간의 차이가 가장 심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부분이 좋았다면 이 영화는 좋은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최악이었다면 또 신파라고 생각되는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전 비슷한 경험이 있음에도 감정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뭔가 너무 얕은 수가 보인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연출 맞나

<오! 문희>는 조금은 유치할 수 있어도 착한 영화라는 느낌이 듭니다. 선량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작은 동네,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츤츤거리지만 주인공을 도와주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입니다. 다만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 따뜻함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연출은 톤을 벗어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 사고가 나는 어린아이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거나 문희를 납치해 그냥 목을 매게 한다던가 너무 가학적입니다. 서프라이즈를 만들거나 관객들의 예상을 벗어나게 하려는 건 알겠는데 코미디 영화이니 시퀀스마다 코미디가 장착되어있는 영화인데 이러한 장면을 넣는다는 건 관객들의 감정 기복을 너무 급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치매와 뺑소니 사실 너무 이질감이 있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잘 조합한다면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영화 <오! 문희>는 기존의 영화를 크게 벗어나진 못합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물로서도 관계를 회복하는 드라마로서도 멧돼지가 등장하는 코미디로서는 최악이었다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이 있어서 더욱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치매 소재 또한 목격자를 기억 못 한다는 장치에만 머물러있지 그 이상은 나가진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