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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멸의 칼날, 역대 일본 관객 수 1위에 빛나는 작품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는 소년 점프에서 연재한 동명의 만화책 귀멸의 칼날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는 역대 일본 관객 수 1위에 빛나는 작품입니다. 그것도 무려 2019년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기간에 쌓은 말도 안 되는 기록입니다.

 

최고 수준의 작화

영화의 시작부터 눈을 사로잡는 건 역시나 최고 수준의 작화입니다. 수묵화를 닮은 그림체는 묵직하면서도 동시에 유려함을 가지고 캐릭터를 움직입니다. 넓은 풀샷의 배경을 볼 땐 하나의 산수화를 보는 것 같고 액션신에서는 그 묵직한 붓 선이 전투에서의 폭력성과 위험함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는 3D 효과 또한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들었고, 이러한 요소를 받쳐주는 사운드 또한 굉장했습니다. 배경음, 효과음, OST의 전반적인 수준도 좋았지만 서라운드 효과를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인 만큼 캐릭터의 동선에 제한이 없습니다. 붕붕 날아다닙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액션신이 검술이다 보니 귀에 명확히 들어옵니다. 숨길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사운드의 모든 채널을 사용하듯 입체적으로 움직입니다. 좌에서 우로 아래에서 위로, 사운드의 동선이 귀에 명확하게 잡히는 느낌입니다. 사실 돌비 포맷으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라 타 영화와는 큰 차이가 없을 건데 유독 특별하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사운드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성우입니다. 제가 일본어를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원작을 본 적도 없지만 감성이 좋았습니다. 어쩔 땐 용자물과 열혈물처럼 시종일관 폭발하다 어느 순간은 성장 드라마처럼 가늘고 미묘하게 움직입니다. 이쁜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 아니라 훌륭한 연기가 필요했을 건데 문제없이 잘 수행해냅니다. 역시 왜 일본이 애니메이션 강국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장르성

작품의 스토리는 사실 타 작품, 타 매체와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는 모든 예술은 플롯의 구조면에선 다 유사합니다. 다만 타겟이 누구고, 표현은 어떻게 하고 주제의 방향은 어디서 출발하느냐의 차이입니다. <귀멸의 칼날>은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이자 액션 영화입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그 표현은 직접적이고 타깃 연령층이 상대적으론 낮다 보니 주제의식 또한 우정, 가족애, 정의와 같이 단순 명료합니다. 다만 액션의 분량이 굉장히 많은 작품인 만큼 표현에 있어서 직접적이고 주제가 단순한 건 명확한 장점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이야기고 많은 서두가 필요 없으며, 그 정보를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제때제때 대사로 직접 박아버리다 보니 러닝타임의 손실은 적고 액션의 공간을 잘 확보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지점에서 유치하다고 느끼실 분도 충분히 있을 겁니다. 사건의 전말을 관객이 찾게 만들기보단 다 대사로 알려줍니다. "아 이래서 이랬던 거였어", "이렇게 하면 해결이 되겠군" 액션에서 또한 대사로 포인트 되는 지점을 다 알려줍니다. 하지만 이게 애니메이션의 특징입니다. 보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자존감을 채워주는 것, 울부짖고 피가 솟게 하는 것, 이 기분이 즐거움이 아니라 오그라듦이면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의 이야기가 정형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또 하나의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무기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캐릭터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탄지로,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젠이츠, 이노스케 그리고 주인공의 초목표이자 성장 지점인 네즈코,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멘토 포지션인 렌고쿠 쿄주로, 캐릭터마다의 차별성이 명확하고 이야기에서의 목표를 잘 수행해 냅니다. 작품의 시작부터 관객을 사로잡는 방법 중 가장 상책은 영화의 장르성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 영화 또한 장르가 액션인 만큼 5분 내로 주요 인물이 설정된 후 바로 액션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바로 렌고쿠 쿄주로가 맡습니다. 이 영화가 어떠한 영화인지, 이 이야기가 어떠한 설정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 인물은 얼마나 강력한지를 단숨에 보여주는 이 장면은 불꽃과 같은 연출을 통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습니다. 게다가 영화의 성장 지점도 사실 탄지로가 아니라 쿄주로가 가지고 있습니다. 탄지로의 경우 동생을 인간으로 만들어야 가족을 잃은 내면적 결핍이 회복이 되며 진정한 성장을 거치는데 그건 사실 이 영화가 아니라 이 만화의 결말에 도달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쿄주로의 경우는 주(부대의 대장)가 되었음에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자인데 영화의 결말에선 모든 사람을 지키겠다는 자신의 목적을 성공하며 죽은 어머니의 영을 통해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인정을 받으며 성장을 하게 됩니다. 영화의 찐 주인공이 렌고쿠 쿄주로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 인물이 펼치는 후반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정말 백미 중에서 백미였습니다.

 

부서진 선입견

물론 이 작품 또한 단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법 많습니다. 영화의 최종 적대자가 어떠한 정보 없이 갑자기 등장한다던가 조연들의 캐릭터의 소비가 심하고 퇴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여러 캐릭터의 감정을 과하게 끌어와 과잉시킨다는 점도 있긴 한데 진행되는 이야기의 일부이자 원작을 아시는 분에겐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개인적으론 괜찮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약간의 선입견이 있던 작품인데 시원시원한 전개, 스펙터클 등 상업영화 자체로만 봐도 장점이 명확한 작품이라 다음 이야기도 혹시 극장에서 개봉을 한다면 극장을 찾을 의향이 있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