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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제, 호불호가 확실한 리메이크작

조제

마니아층이 확고한 작품의 리메이크

<조제>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보지는 못했더라도 제목은 다 아는 작품입니다. 섬세한 영상미와 단단한 메시지 그리고 그 특유의 감성까지 여러 차례의 재개봉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확고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리메이크작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 또한 마니아층이 확고한 김종관 감독님입니다. 김종관 감독, 제법 생소할 수도 있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단편과 독립에서 이미 수많은 작품을 했고 자신만의 특유의 연출력과 뚝심을 내세워 확고한 입지를 다지신 분입니다. 그중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정유미가 연기한 초기작으로 유명하며 영화학도들이라면 한 번씩은 찾아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크게 본다면 원작의 영화와 어울리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영화의 개봉 전과 개봉 당일의 분위기는 제법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원작과의 괴리감 때문입니다. 시대와 상황에 맞는 재해석은 분명 필요합니다. 원작을 훼손하는 재해석은 당연히 피해야 합니다. 이 영화와 원작과는 비교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고 분명 안고 가야 할 점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장점이 되든 단점이 되든 말입니다.

일반 상업 멜로물과는 다른 영화

우선 작품 <조제> 자체만을 조명한다면 호불호가 확실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쌉쌀하고 은은한 맛은 있지만 기존의 멜로물을 기대하신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그 이유는 감독의 개성이자 연출 스타일에 있습니다. 모든 장르는 그 장르만의 규범이자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관객들은 기대하게 됩니다. 액션 영화라면 갈등의 해소는 액션을 통해 해야 하고, 드라마라면 영화의 초점을 인물의 성장과 변화에 맞추게 됩니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기대하는 멜로의 모습은 뭘까요? 그것은 당연하게도 사랑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라는 것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본다면 바로 엇갈림에 있습니다. 엇갈림이 있기 때문에 사랑의 성공은 힘들고 엇갈림이 있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고 사랑이 실패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엇갈림이라는 영화적 갈등을 감독은 순차적으로 배열하고 그 크기를 조절해 극적 긴장감을 만들게 됩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엇갈리는 사건들을 배열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겁니다. 영화 <조제>는 이 부분에서 기존의 상업 멜로물과 궤도를 달리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감독의 연출적 방향입니다. 영화 <조제>는 두 인물 간의 관계가 명확한 사건을 통해 형성되지 않습니다. 물 밑에 흐르는 정서를 통해 관계를 엮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 정서는 하나의 장면, 한순간의 제스처, 한마디의 대사를 통해 이미지로 형상화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굉장히 많은 클로즈업과 인서트 컷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상미가 좋다, 비주얼이 좋다고 말하는 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영상미가 영상 자체의 아름다움으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모든 관객들에게 정서를 전달할 수 있냐에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대답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쏟아지는 아침 햇빛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진 않습니다. 흔들리는 나뭇잎을 통해 쓸쓸함을 느끼거나 쌓여있는 눈을 통해 포근함과 설렘을 느끼진 않습니다. 누군가가 감성적이라면 누군가는 조금은 무디거나 이성적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멜로가 겉핥기다 깊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러한 점에 있습니다. 물 밑에 흐르는 추상적인 정서를 캐치하지 못한다면 이들이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는 그 순간의 사건과 상황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실제로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생각 외로 캐릭터 각자가 가진 설정들은 제법 많은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많은 시간들이 하나하나의 설정들을 해결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취업에 관한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업 멜로극 그 특유의 애틋함과 오그라들 수도 있지만 직접적이고 순수한 사건과 감정들은 이 영화에서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다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영화의 장점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감정을 과잉시키지 않는다는 점, 오그라드는 특수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도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영화의 평가가 많이 갈릴 거 같습니다. 다만 조제의 캐릭터가 영석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입니다. 많은 부분이 절제된 영화인데 조제의 표현에 있어서까지 절제가 되어있다 보니 뭔가 조금은 답답한 감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개인적인 총평은 원작보다는 아쉬운 작품입니다. 은은함과 지루함 사이에 외줄을 타고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지루함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설정들을 좀 쳐내고 추가적인 사건과 상황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지금의 영화는 멜로라고 보기에는 비어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