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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꿈을 향해 전진하다.

하늘을 걷는 남자

거리공연을 하는 남자

마술, 저글링, 팬터마임 등 그의 눈부신 공연에 관객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모두가 숨을 죽이며 환호하는 최고의 백미였습니다. 오늘도 성공적인 하루를 보낸 필립은 그에게 찬사를 보내준 관객들에게, 또 알사탕을 건네준 소녀에게 작은 보답을 하려 합니다. 공연을 마친 필립에게는 치통이 찾아왔습니다. 치통은 극에 달아 바로 병원에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병원은 북새통이었습니다. 고통을 달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잡지 한 권 집어 드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잡지를 보자마자 아파할 틈도 없이 그의 심장은 너무나도 뜨거워졌습니다. 아직 완공조차 되지 않은 두 기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 건물이 그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줄 위의 남자

확실한 목표가 정해진 필립은 오로지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그의 행적을 굳이 정의하자면 '꿈이 생겼다', '꿈을 향해 나아간다', '꿈을 이뤄낸다'의 단순 명료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첨언하자면 '꿈을 향해 나아감'을 흥미롭고, 또 숭고하게 묘사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꿈에 대하여 현대사회에 던져오는 굵직한 메시지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실화이기도 하거니와 결말이 뻔히 보이는 이 작품 안에는 무언가 뜨거움이 있었습니다. 위풍당당한 필립조차 당황하게 만드는 변수, 압박감으로 인한 인물 간의 갈등, 또 범법행위에 따라오는 긴장감이 그의 전진을 하나의 '전투'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마치 만화의 주인공처럼 뜨겁게 싸워나갑니다. 필립 그 자신도 이 사실들을 잘 알고 있었는지 '세계무역센터 사이를 걷는 행위'를 쿠데타라 명명할 정도였습니다. 이 쿠데타는 너무나 험난하였기에 단순 명료한 그의 행적을 다채롭고 화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직관적인 구성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온갖 고난들은 유쾌한 긴장감을 선사했습니다. 단순하지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외줄 타기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늘을 걷는 남자는 그의 고뇌가, 꿈이란 아름다움이, 또 예술 그 자체가 담겨있는 작품이기에 '낭만적인 서사'를 찾으시는 많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아방가르드 & 로맨티시즘

세계무역센터를 자신의 무대로 만든 필립은 어찌 보면 단순한 범죄자이고 간혹 접할 수 있는 도파민 중독자일 뿐입니다. 누군가는 나쁜 방법을 통해 도파민을 갈구하겠지만 필립은 그 수단으로 기행에 가까운 외줄 타기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는 스릴을 찾다 비명횡사하는 그런 부류들과 다를 바 없는 무모한 도파민 중독자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기행은 그가 어긴 백여 개의 범법 행위마저 묵인될 정도의 숭고한 예술행위로 취급받았습니다. 실례로도 그러하였고 이 작품 안에선 더더욱이 아름답게 묘사되었습니다. 그의 행적은 마치 동화와도 같았습니다. 그의 서사는 뜨거운 꿈과 절절한 열정을 통해 하나의 낭만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퍼포먼스는 은밀하였으며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파격적이었습니다. 도파민 중독자라는 단어도, 숭고한 행위라는 단어도 결국엔 예술이란 범주 안에 묶을 수 있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전장을 향하는 '전위병'과 같은 예술 안에, 로마인들처럼 미쳐보자던 예술 안에 묶을 수 있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악의가 없었던 그의 범법행위는 단지 예술이란 단어가 있었기에 용서받을 수 있었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빠른 호흡으로 풀어지는 이 쿠데타는 강한 흡입력이 있으며, 우리가 공범이 된 마냥 또렷하고 확실하였습니다. 작품 안에 빠짐으로 느껴지는 동료애는 살벌한 외줄 타기를 더욱이 조마조마하게 느끼고 응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예술이란 다채로운 것이고 평가와 논지 또한 다채로운 것입니다. 이 복잡한 무언가를 필립의 행적, 인생, 수단에서 찾아볼 수 있기에 하늘을 걷는 남자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그의 쿠데타는 아방가르드하였고 로맨틱했습니다. 영화 자체가 주는 느낌이 아닌 '실제 필립의 행적' 그 자체가 아름다웠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앞서 다루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맨 온 와이어를 통하여도 비슷한 감정에 사로잡힘이 그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퍼포먼스이기에 더욱 가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꿈을 좇는 자였습니다. 또한 거침없는 실천가였습니다. 단지 꿈을 꾸는 것만이 아닌 꿈을 향해 나아감이 아름다운 본질이라 호소하는 이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