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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앵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 당신은?

앵커

개성이 강한 현시대에 필요한 메시지

지역갈등, 이념갈등, 남녀 갈등, 세대갈등 등 갈등의 사회에 익숙한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어디든 언제든 쉽게 볼 수가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한 걸음만 나서도 싫어하는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고 한 번만 둘러봐도 절 혐오하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미움의 대상이 남이 아닌 내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신을 감추고, 필요할 땐 가면을 쓰기도 합니다. 이제는 친구끼리의 싸움, 가족 사이의 다툼을 넘어 살인까지 이어지는 뉴스와 이야깃거리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갈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갈등이 때로는 경쟁과 질투, 때때론 원망의 모습으로 영화의 곳곳에 얼굴을 비치고 있습니다. 내 꿈을 뺏으려 하는 직장동료, 내 젊음을 앗아간 나의 딸, 사랑과 원망 사이의 재단할 수 없는 이 애증이란 감정은 과연 어디로 도달하여야 끝이 나는 걸까요? 영화 <앵커>는 이 흥미로운 질문을 장르적이고 상업적으로 해석한 작품입니다. 물론 이 장르의 특성상 그리고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큰 호불호를 부를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겐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작품이 자신에게 호라면 그 고점은 굉장히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론 개성이 강하고 현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장르성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청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앵커>는 관객들이 듣고 싶어 하는 방향을 명확한 장르성으로 풀어갑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의 작품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고 타율이 좋은 장르 공포, 미스터리입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이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공을 많이 들입니다. '어렵지 않은 영화야 <앵커>는 장르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야'라고 미끼를 던집니다. 그중 서스펜스의 관리는 굉장히 뛰어납니다. 감독은 관객이 견딜 수 있는 긴장감의 최대치를 잘 알며 그 시간을 최대한 늘리려 노력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보여줄 듯 안 보여줄 듯 줄타기를 합니다. 들려오는 소리와 관객의 시야를 통제하고 등장 타이밍을 한 박자 늦게 꼬며 관객들을 계속 괴롭힙니다. 그리고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관객들이 화가 날 때쯤 점프 스케어를 활용해 응축된 긴장감을 폭발시킵니다. 정보의 차이를 만들고, 시간을 늘리는 것, 서스펜스의 기본 원리입니다. <앵커>는 이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이 원 패턴으로 영화를 진행합니다. 이야기하다 서스펜스, 이야기하다 서스펜스 코미디나 액션은 전무합니다. 그래도 영화의 톤 앤 매너가 잘 유지됩니다. 이러한 장르성은 이 작품의 첫 번째 강점이자 호불호를 부를 첫 번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전환

장르성이 영화의 호불호를 부를 첫 번째 요소라 했지만 영화 정보나 예고편을 본 분들에겐 관람 이전에 이미 예상 가능한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말씀드릴 두 번째 호불호 포인트인 이야기의 전환은 상업적 요소로서의 아쉬움이면서도 영화적 요소로서의 핵심 구성입니다. 이 영화는 앞서 말했듯 미끼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세라에게 '자신을 죽이려는 누군가가 찾아왔다'라는 신고가 왔고 세라가 뒤늦게 제보자의 집을 찾아갔지만 제보자와 그녀의 딸은 죽은 채로 발견이 되며 결국엔 동반자살이라는 미심쩍은 수사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후 제보자의 주치의이자 이전에도 의문의 죽음과 관련된 인호란 인물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 설정 단계를 장르적으로 잘 풀었습니다. 재미있게 상업적으로 말입니다. 문제는 이 설정을 통해서 관객들이 원하고 예상하는 지점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관객은 설정 단계를 통해 이야기를 유추합니다.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등장했고 의문의 남성이 등장했다는 세팅은 결국엔 관객들은 영화를 이 사건 위주로 풀어가길 원한다는 것입니다. 진범은 누구고, 그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고 그 과정을 어떠한 장르성으로 보여줄 건지와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관객이 생각하는 메인 플롯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감독은 사건을 통해서 세라라는 캐릭터를 비추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이후의 영화의 방향은 설정 단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제보자와 관련된 살인 사건 이야기의 비중은 줄어들고 세라의 앵커에 대한 욕망, 엄마와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 엄마와 세라 관계 사이의 진실 등 감독의 메시지가 짙은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결국엔 이러한 지점이 호불호를 부를 두 번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호불호가 강한 영화

이야기가 전환되기 전 앞선 상황들을 잘 정리하고 뒷 이야기와의 연계성이 좋아 개인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개성과 매력을 가졌기 때문에 끝나고도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천우희, 이혜영, 신하균 배우님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천우희 배우의 입체적인 연기가 캐릭터의 변화를 확실히 표현해주었고 이혜영 배우의 아슬아슬한 연기에 조마조마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신하균 배우의 너무 드러나지도 그렇다고 묻히지도 않은 균형감 있는 연기와 '범인일 수도 있겠다'라는 감정을 잘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 사건의 전지적인 인물이자 조력자로서 사건의 해결을 돕고 이전 모습과의 간극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고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