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작은 일탈과 목격자 막스
잘 나가는 컨설턴트 성공한 커리어 우먼 소피, 하지만 그녀에겐 디지털 문명시대를 거부하는 아나키스트 아버지와
그런 장인어른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남편으로 인해 도피처가 필요했던 소피는 가끔씩 성인물을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일탈이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마치고 계약한 출판사에 컨설턴트로 스카우트돼 출근한 첫날
좋은 문학작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변화를 거부하는 작가들과의 충돌로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출판사를 살리기 위해 디지털화 추진전략을 브리핑하던 중 지각한 인턴사원 막스가 회의실로 들어옵니다. 첫 출근으로 신경이 날카로운 소피의 심기를 고의인지 실수인지 건드리게 됩니다. IT 기사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원 막스로 인해 브리핑은 망쳤지만 업무에 집중하던 소피는 그와 또 한 번 부딪치게 되는데 악연인지 필연인지 직장 상사 소피에게 안 좋게 찍혀버린 인턴사원 막스는 소피의 폭언으로 화가 나 업무를 중단하고 자리를 피하게 됩니다. 한편 퇴근 시간이 지나고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게 된 소피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것을 확인하고 평소 하던 습관대로 혼자만의 일탈을 준비합니다. 집이 아닌 회사라는 사실을 잊은 채 혼자만의 자유 시간에 집중하게 된 그녀, 그런데 그때 안 좋은 타이밍에 회사에 소지품을 놓고 간 막스가 사물실을 찾게 되고 막스는 본의 아니게 소피의 은밀한 일탈을 목격하게 됩니다. 소피에게 폭언을 당한 막스는 옳다구나 그녀의 약점을 잡기 위해 몰래 사진을 촬영하게 되고 이 사실을 모른 채 회사에 출근하게 된 소피는 탕비실에서 막스와 마주칩니다. 평소 그녀에게 감정이 안 좋았던 막스는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소피를 놀리기 시작하고 사진 하나 때문에 약점이 잡힌 직장 상사 소피는 반대로 인턴사원인 막스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그녀는 막스에게 사진을 돌려받고 평탄한 회사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아찔한 제안과 해방감
다음날 아침 막스에게 사진을 찾기 위해 눈치를 살피며 그를 찾아간 소피는 자신을 짓궂게 대하며 협박할 줄만 알았던 막스에게 의외로 사진을 되찾을 수 있는 간단한 부탁 하나를 제안받게 됩니다. 내키지는 않지만 제안을 받아들인 소피는 그와 점심 식사를 같이 하게 되고 약속대로 휴대폰을 건네받고 사진을 삭제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막스에게 앙금이 남았던 소피는 그의 휴대폰을 빼앗고 역으로 막스에게 되찾고 싶으면 미친 짓을 하라고 복수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판사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그녀입니다. 홍보팀장 데니스와 소피가 계약한 상업작가 토베레의 책 출판을 뒤로 미루고 자신이 밀고 있는 예술작가 클라스의 책을 먼저 출판해 준 편집주간 프리드와 언쟁을 벌이고 있는 데니스를 봅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토베레가 클라스의 선정적인 개인 사진을 인스타에 올려 출판사 홈페이지에 논란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상업작가를 푸시해야 하지만 프리드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긴 소피입니다. 이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막스는 소피에게 빼앗긴 자신의 휴대폰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의 출판을 뒤로 미루어 속이 상해 있는 토베레에게 오해를 살만한 사진 한 장이 홈페이지에 올라옵니다. 이상한 사진 하나로 유망작가 토베레와 사이가 틀어질 수 있는 출판사는 혼란을 겪게 되고 회사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한 것이라 생각한 직원들은 IT 기사 막스를 찾아가지만 소피는 휴대폰을 찾기 위한 막스의 행동임을 눈치챕니다. 막스는 토베레가 보면 안 되는 사진을 일부러 올렸습니다. 막스로 인해 회사의 입장이 곤란해졌지만 약속을 지킨 그에게 휴대폰을 돌려줍니다. 가정문제와 회사의 컨설턴트로서 그동안 큰 책임감에 눌려있던 소피는 막스와 엉뚱한 내기로 사고를 쳤지만 작은 일탈을 통해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우연한 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 소피는 막스에게 아끼는 립스틱을 건네주며 막스에게 아찔한 게임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제안한 게임에 동의한 막스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현실 속 어른들의 본모습
지친 일상 속 작은 일탈이 필요했던 주인공 소피의 황당한 해프닝으로 흥미를 자극하는 드라마 '러브 앤 아나키'는 가볍게 웃으며 시청해 보실 수 있는 코믹한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정이나 사회에서 경험하고 공감했을 법한 고민들을 다루고 있기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스토리를 뒤로하고 감상하신다면 어른들의 성장일기를 읽어보는 듯한 잔잔한 느낌을 받아보실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소피는 겉보기엔 성공한 직장인으로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고집 센 아버지와의 불화, 남편과의 갈등으로 속으로는 병들어가고 있는 흔한 현대인으로 묘사됩니다. 그런 주인공이 파산 위기에 놓인 출판사를 살리기 위해 컨설턴트로 스카우트되어 회사에 들어가지만 이곳에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고집스러운 자신의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출판사 직원들과의 마찰로 소피는 더욱 혼란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실적보다는 문학계 눈치를 보며 상업성보다는 예술성만을 중요시하는 출판사 간부와 갈등하는 소피의 모습을 통해 '러브 앤 아나키'는 보수적인 기성세대와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 간의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문제에 도달해 혼란한 소피에게 우연히 다가온 막스와의 인연으로 황당한 게임을 통해 자신의 괴롭히고 있던 굴레에서 벗어나 여성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트 있게 담아낸 독특한 드라마였습니다. 주인공 소피가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 간의 중간 역할을 하며 아나키 파트를 맡고 있다면 이 드라마에서 요즘 세대를 대표하며 러브 파트를 맡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 막스 역시 잘생긴 외모에 IT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로 일하며 겉으론 흠잡을 곳 없어 보이지만 비정규직 사원으로 생계를 고민하며 방황하는 20대 청년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막스 역시 가정문제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직장문제, 이로 인한 발생한 생계문제로 답답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며 숨 쉴 곳을 찾던 중 사회에서는 성공했지만 정신적으론 방황하는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소피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며 그녀의 엉뚱한 일탈 게임에 동참하게 됩니다. '러브 앤 아나키'는 표면적으론 결혼한 중년 여성과 젊은 인턴사원의 부적절한 만남이란 오락적 요소에 치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규직을 소망하며 좁아져가는 취업 문턱과 가정문제로 방황하는 막스의 심리를 통해 본 요즘 세대들의 진솔한 감정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기성세대의 고충,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의 중간에서 갈등하는 3040세대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러브 앤 아나키라는 제목에 걸맞게 주인공 소피와 막스의 알콩달콩한 미션 게임으로 전체적인 드라마의 무거울 수도 있는 분위기를 환기해 주고 있지만 가벼운 스토리에 가려진 잔잔한 메시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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